2009 한국 여행기 <3>
한산무시문화제를 안내해 주신 할아버지는 84살이고 서천역 역장이셨던 분이었다.
축제를 구경한 후 할아버지가 서천 시내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다.
서천 시가는 전 서천역 근처에 있다. 일본 쇼와(昭和)시대 초기와 거의 비슷한 건물이 늘어서는 상가가 있고 생선과 야채를 파는 큰 시장이 있다.
할아버지가 자주 다니시는 다방은 그 시장 근처에 있었다. 간판에는 '찻집' 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다방' 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집이었다.
'이런 다방에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어' 라고 설레면서 나는 다방에 들어갔다.
테이블과 소파가 몇 세트 있는 집이었고 안쪽에서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 50대쯤의 아주머니가 혼자서 하는 집인 것 같았다.
차림표에는 커피 외에 여러가지 종료의 차가 쓰여 있었는데 전부 다 인스턴트 차였고 한 잔에 천원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주머니와 다른 단골 아저씨들에게 인사한 후 소파에 앉아 일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우셔서 우리가 하는 질문은 거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할아버지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야기는 주로 러일전쟁에 대한 것이었다. 노기 대장(乃木大将)이 활약해서 일본이 승리했다는 것, 일본은 이겼지만 노기 대장은 아들 2명을 전지에서 잃었던 것, 그 때 노기 대징이 천황께 한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까지.
할아버지는 지금도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이야기가 소년 시절에 외웠던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바로 우리 아버지가 제2차 대전 쯤에 국민학교에서 배웠다고 하셨던 이야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할아버지의 오래된 친구라는 할아버지가 오셨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분이었다. 우리들을 보고 일본말로 말을 걸어 오셨다. 아주 오랜만에 일본말을 썼다고 하면서.
그 할아버지는 고등학생 때까지 알본어로 교육을 받았다고 하셨다. 전쟁 때 일본이 한 짓은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일본이 독도 문제를 꺼내서 역사를 왜곡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한국말로 들었다면 반론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몰랐지만 일본말로 들었기 때문에 아무런 반론도 할 수가 없었다. 일본 정부가 저지른 것은 할아버지들에게 여든까지 일본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준 정도로 강한 것이었다는 현실을 눈 앞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잘못했어요. 저같은 젋은 사람들은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와 같은 것을 저는 한국말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다방 문 앞에서 헤어질 때 악수하면서 '즐거웠어요' 라고 말했더니 할아버지는 '반가웠어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今日の単語】
화투를 치다 花札をする
귀가 어둡다 耳が遠い
귀가 먹다 は、耳が全く聞こえないことで、聞く耳を持たないという意味にも使われるらしい。
러일전쟁 日露戦争。順番は「露」「日」なのです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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コメント
テラさん、여기 장마철도 끝났다고 해요. 오늘은 진짜 더워 죽겠어요.
이번 여행에서 그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나 봐요. 얼마나 좋은 경지였어도 사긴이 지나면 점점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사람에 대한 추억은 오래 생생하게 남아 있을 거잖아요.
나도 그 할아버지를 본보기로 해서 역사 대한 공부를 좀도 해야 해요〜.
投稿: ハーちゃん | 2009年7月14日 (火) 21時20分
テラ씨가 말하는 대로 젊은이끼리라면 일본인으로서 말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이런 할아버지처럼 실제로 그 시대를 살던 분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겠죠.
.
아무튼 기억에 깊이 남는 귀중한 경험을 했나 봐요
投稿: nikka | 2009年7月15日 (水) 10時27分
언니, 어제는 진짜 더웠지요.
오늘도 아주 맑아서 기온이 올라갈 거예요. 찬 바람을 넣으려고 창문을 여니까 소 똥 냄새가 같이 들어왔단 말이에요
한국에 여행 간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요.
할아버지는 안녕히 계시는지......
근데 저도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요
8월 말에 시험이 있어든요.
投稿: テラ | 2009年7月16日 (木) 10時35分
nikka 상,
사이타마도 덥죠?
정말이에요. 실제로 그 시대를 겪으셨던 어르신한테는 일본이 잘못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마음이 통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 짝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投稿: テラ | 2009年7月16日 (木) 10時44分